나는 왜 글을 여러 곳에 나눠 쓰는가

나는 왜 글을 여러 곳에 나눠 쓰는가

글은 한 곳에 모아야 관리하기 쉽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검색도 편하고, 구조도 단순해지고, 무엇보다 다시 찾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한동안은 모든 기록을 하나의 도구 안에 담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글을 쓰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문제는 ‘정리’가 아니라 ‘부담’이었다.

모든 글을 하나의 공간에 쓰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기준이 생긴다.

이 글이 충분히 정리된 내용인지, 나중에 다시 볼 가치가 있는지, 혹은 다른 사람이 봐도 괜찮은지.

그렇게 기준이 생기면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이 길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각은 그 단계에서 멈춰버린다.

그래서 나는 글을 한 곳에 모으는 대신, 성격에 따라 나누기 시작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기록, Obsidian

업무와 프로젝트, 그리고 장기적으로 남겨야 할 기록은 Obsidian에 남긴다.

이 도구를 쓰게 된 계기는 꽤 단순했다.

회사 업무 특성상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관리해야 했고, 기존 방식으로는 점점 한계가 느껴졌다.

그래서 다양한 문서 관리 방법을 찾다가 Obsidian을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유명한 제텔카스텐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해봤다.

개인 기록에도 적용해보고, 업무에도 적용해봤지만 결과적으로 느낀 건 하나였다.

이 방식은 방대한 지식을 장기적으로 축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글을 생산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강력하지만, 나처럼 실무 중심으로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제텔카스텐 대신 PARA 방식을 적용했다.

Projects, Areas, Resources, Archive로 나누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오히려 이게 내 사용 방식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진행 중인 일은 Projects에,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들은 Areas에, 참고 자료는 Resources에, 끝난 일은 Archive로 넘기는 구조.

이후로 Obsidian은 단순한 메모 도구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나의 문서 시스템이 되었다.

대신 이 공간은 철저하게 내부용이다.

외부로는 공개할 수 없는 자료들이 너무나 많이 쌓여버렸다.

가볍게 쓰기 위한 공간, AFFiNE

Obsidian이 점점 중요해질수록 오히려 불편한 점도 하나 생겼다.

너무 중요한 정보들이 쌓이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는 게 점점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해진 것이 “가볍게 쓰는 공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택한 것이 AFFiNE이다. 개인 서버를 운영하면서 여러 도구를 테스트해봤는데, 그중에서도 AFFiNE은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고, 웹 기반으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는 정리하지 않는다.

생각을 다듬지 않는다.

그냥 쓴다.

나중에 정리할 수도 있고, 그냥 묻힐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니라 기록 자체다.

Obsidian이 ‘정리된 기록’이라면, AFFiNE은 ‘정리되지 않은 생각’에 가깝다.

감정을 흘려보내는 곳, Mastodon

취미나 덕질, 그리고 순간적인 반응은 Mastodon에 남긴다.

원래 트위터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좋아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개인 서버를 운영하게 되면서, 나만의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Mastodon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은 기록보다는 반응에 가깝다.

어떤 콘텐츠를 보고 느낀 점,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 짧은 감정들.

굳이 정리할 필요도 없고,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그냥 흘려보내면 된다.

오히려 이 공간이 생기고 나서, 생각을 쌓아두지 않게 되었다.

그때그때 가볍게 털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남기는 공간, Ghost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리된 생각은 Ghost에 남긴다.

예전에는 티스토리나 워드프레스 같은 블로그를 여러 번 운영해봤지만, 결국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플랫폼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고, 여러 가지 제약도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블로그를 찾다가 Ghost를 알게 되었고, 개인 서버 위에서 직접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정착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이곳에는 아무 글이나 쓰지 않는다.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한 번 더 생각해본 결과를 쓴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즉, 반응이 아니라 해석이다.

글을 나눈다는 것의 의미

이렇게 나누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글을 쓰는 데 망설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모든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자, 오히려 더 많이 쓰게 되었다.

감정은 가볍게 흘려보내고, 생각은 필요한 만큼만 정리하면 된다.

굳이 모든 글을 하나의 기준에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글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싶었던 것’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글은 한 곳에 모으는 것보다, 흐름에 맞게 나누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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